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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는 벗이 있는가?”
“유익한 세 가지 벗과 해로움이 되는 세 가지 벗이 있다. 곧은 이를 벗하고, 성실한 이를 벗하고, 보고 들은 것이 많은 이를 벗하면 유익하다. 편벽된 이를 벗하고, 잘 굽히는 이를 벗하며, 말만 잘 하는 이를 벗하면 해롭다.”
『논어』 「계씨」편에 나오는 말씀으로 이런 저런 설명을 더하지 않아도 읽으면서 머리가 끄덕여집니다.
벗. 살아오면서 많은 벗을 사귀면서 배움도 있었고, 다툼도 있었고 위로와 격려도 받았으며 삶의 자극이 되어 분발하게 하는 경쟁자의 관계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쟁자를 라이벌(rival)이라고 부르지요. 라이벌은 강을 의미하는 리버(river)에서 비롯되었답니다. 강을 사이에 둔 두 마을은 같은 강물을 벗삼아 사이좋게 지내지만 가뭄이 들면 사정이 달라져 강물을 경계로 사람들 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물을 서로 확보하려는 다툼이 생기는데 서로 상대편을 강가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라발레스(rivales)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말의 기원에서 알 수 있듯이 같은 분야에서 같은 목적을 가지고 경쟁하는 관계가 라이벌입니다.
벗과 라이벌은 나란히 놓고 보기에는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벗은 상대를 내 몸보다 귀하게 여기는 마음 즉,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부족한 것을 메워 주고 넘치는 것은 걷어 내어 편안하게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도록 돕는 이가 벗이라고 논어에서는 말합니다. 하지만 라이벌은 그 뒷면이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라이벌보다 더한 이들을 관용의 덕으로 품어 안은 이가 있습니다.
넬슨 만델라. 27년 6개월이라는 긴 세월의 감옥살이동안 간수로 있었던 백인 간수 세 명을 자신의 취임식 귀빈으로 초대하고, 흑인탄압의 핵심인물이었던 검사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여 함께 음식을 나누었으며 백인 정권시절의 대통령을 부통령으로 임명하였습니다. 무력으로 백인 정권을 타도하자는 성난 흑인들의 요구에 그는 “사람들이 증오를 배운다면 사랑도 배울 수 있다”고 피력합니다. 저주와 증오가 아닌 용서와 화해, 지배가 아닌 나눔으로 일그러지고 망가졌던 흑인과 백인의 관계를 온전한 관계로 회복시킨 넬슨 만델라는 포용과 사랑의 가치가 얼마나 숭고한지, 그리고 ‘벗’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해 주는 사람입니다.
이천년 전 어린 나귀를 타고 오신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 길을 오늘 사제는 십자가를 앞세우며 걸어갑니다. 이 길이 그 뒤를 따르는 우리에게 어떤 길인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것입니다. 십자가의 길, 죽음의 길이라는 것을. 또한 이 세상에 오신 유일무이한 벗을 세상이 어떠한 방식으로 대하는지를 철저하게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순시기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생각합니다, 내게 ‘벗’으로 오신 예수님을.
그리고 오늘 나의 벗을 향해 내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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