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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분트’를 아시나요?
봄의 문턱에 들어섰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따뜻한 아랫목이 좋고, 내의를 벗기가 망설여집니다. 그래도 입춘!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합니다.’
어떤 인류학자가 아프리카 한 부족의 아이들에게 게임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근처 나무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매달아 놓고 먼저 도착한 사람이 그것을 먹을 수 있다고 하고 “시작!”을 외쳤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각자 뛰어가지 않고 모두 손을 잡고 가서 그것을 함께 먹었습니다. 학자는 아이들에게 “한 명이 먼저 가면 다 차지할 수 있는데 왜 함께 뛰어갔지?”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은 “우분트(UBUNTU)"라고 외치며, “다른 사람이 모두 슬픈데 어떻게 한 명이 행복해 질 수 있나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우분트’는 반투족 말로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I am because you are)”라는 뜻입니다.
매주 수요일 소공동체 방문! 삼시세끼 챙겨먹듯이 꼬박꼬박은 아니지만 마음은 그 정성으로 방문을 갑니다. 작은 가방에 성경, 성가책, 광영가족 주보, 필통, 카메라. ‘소공동체 필수 아이템’을 챙겨서 때로는 걸어서, 때로는 택시로, 하지만 거의 소공동체 식구의 차로 모임 장소까지 갑니다. 오고가는 동안 보는 풍광이며 나누는 이야기에서 이미 저는 소공동체 모임이 시작됩니다. 소공동체 식구들과 둘러 앉아 복음 나누기 7단계를 하다보면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는데 어느 곳에서는 고요한 기도의 분위기가 가득해서 묵상하는 동안 침잠이 되기도 하고, 어느 곳은 어린이들과 어르신들이 함께여서 따뜻한 가족 만남을 한 것 같을 때도 있습니다. 또 서로의 나눔에 울기도 하고 웃음바다가 되기도 하고 반성이 되기도 합니다.
내가 외치는 성경 말씀과 나눔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들. 숨겨진 의미나 의도를 찾으려 하지 않고 오직 액면가의 나를 바라보고 듣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존재’의 의미를 알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여도 괜찮구나’ 라는 마음의 안도감을 준다고 할까요..?
저는 소공동체 모임을 하면서 위에서 이야기하는 ‘우분트’를 체험합니다.
‘당신이 있기에 제가 있습니다.’
때로는 참석 인원수에 일희일비하고, 전례며 청소, 본당행사가 부담스럽지만 나 혼자 독차지하는 기쁨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해지는 비법인 ‘우분트’의 마음이 이 모든 머리 무거운 일들을 다시 보게 합니다.
소공동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한 두 시간 사이에 변한 것은 없습니다. 풍광도 사람도...그런데 마음은 풍성해지고 하늘을 바라보는 눈은 따뜻해져 있습니다. 수녀원으로 돌아와서 마지막으로 주보에 실을 사진을 웹하드에 올리고 다시 한 번 사진 속의 얼굴들을 눈여겨봅니다. 그리고 나지막히 속삭입니다. 우분트....!
또다시 수요일이 되면 저는 필수 아이템을 챙겨들고 우분트들을 만나러 갈 겁니다. 하지만 그 마음은 이전과는 달라져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함께 행복해지는 존재의 이유가 생겼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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