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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물’을 보고 ” 16.10.22 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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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물’을 보고 ”



  영화광은 아니지만 꼭 보고 싶은 영화는 시간을 내어 보는 편이다. 일 년에 3~4 편 정도. 김기덕 감독의 ‘그물’을 보았다. 이 영화의 시작은 이른 새벽 북한 어부 남철우(류승범)를 그의 부인이 깨운다. 새벽 첫 일을 나가는 어부는 가짓수가 몇 되지도 않는 거친 찬에 밥술을 뜬다. ‘당신은 새벽에 제일 멋있어 보인다.’는 아내의 말에 딸이 옆에서 자고 있는데도 아내를 껴안는다. 궁색할 정도로 비좁은 단칸방이지만 중앙 벽에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가 걸어져 있다. 그는 새벽 ‘그물’ 질을 하기 위해 군사분계선이 있는 북쪽 초소를 통과하여 강으로 내려가 여명 속에서 조용히 고기를 건져 올린다. 그에게는 구입하기 위해 10년 걸렸다는 생계수단인 초라한 낡은 배와 예쁜 딸이 있다. 그렇다. 우리의 눈으로 보면 초라해 보이고 참담한 실상 일지라도 그들의 일상이 있다. 영화는 이렇게 북쪽 군사분계선의 한 어부의 새벽의 일상을 덤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배의 스크루에 그물이 엉켜 엔진이 고장 나서 어부는 남쪽으로 흘러간다. 정치적 의도는커녕 의도 그 자체조차 없는 사고다. 그의 첫 마디는 “나를 북으로 돌려보내 주시라요.” 그는 그의 일상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어 한다. 물론 쉽게 돌려보낼 수는 없다. 그를 모르는 남쪽 당국은 간첩인지 간첩이 아닌지 당연히 조사를 해야 한다. 그런데 그가 간첩이 아니면 빨리 보내 줘야한다. 그래야 북쪽의 그의 가족이 고초를 덜 받는다. 그는 호송하는 차 안에서 눈을 뜨려 하지 않는다. 보면 본 만큼 돌아가면 남쪽에서 뭘 보았는지 사상이 전향이 되지 않는지 조사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그는 의도적으로 계속 남쪽의 모습을 보지 않는다. 그에게 일주일은 천년의 세월이다. 국정원은 그가 입고 내려온 남한에서는 노숙인들 조차 입지 않을 것 같아 보이는 남루한 옷을 버리고 대신 최근에 유행한 트레이닝복을 자랑스럽게 내놓는다. 하지만 남철우는 자신의 옷을 찾는다. 버렸다는 말에 “왜 남의 옷을 함부로 버립네까?”라는 질타가 관객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그런데 맞는 말이다. 남의 것을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된다. 그가 간첩이 아니라고 확정되는 순간 빨리 돌려보내면 되는데, 그를 독재국가로 다시 돌려보내는 건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 정보국은 남철우를 전향시키려고 노력한다. 그는 계속 “나를 북으로 돌려보내 주시라요.” 사정을 한다. “북으로 돌아갈 때까지 아무것도 보지 않겠다.” “본 것이 없어야 돌아가서 말할 것도 없다.”며 조사실 밖에서 철저히 눈을 감아버리는 철우에게 국정원은 귀순을 설득하기로 하고, 뭐라도 봐야 마음이 바뀌지 않겠냐면서 그를 명동 한복판에 떨어뜨려놓고 감시한다. 우여곡절 끝에 철우는 북으로 송환되지만 북한의 보위부는 철우가 남에서 지령을 받고 돌아온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평범한 한 어부가 이데올로기라는 ‘그물’에 갇혀 허우적거린다. ‘그물’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그물’에 걸린 고기는 남 · 북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그물’에 걸린 고기의 죽음은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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