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영성당입니다.

아이디:
비밀번호:
 AUTO

삶의 자리 > 광영가족 > 삶의 자리
소공동체 탐방
체험사례
삶의자리
미사전례
광영가족 소식
 
 

존재의 무게 14.02.22 7:27
제목 없음

수도회 입회 전 해인사에 들렀다가 처음 판화가 이철수님의 판화집을 만났습니다. 제목이『새도 무게가 있습니다』.  빈 배의 한 끝에 탑이 실려 있고, 반대편 끝에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앉으니 배와 물이 움직입니다. 그리고 나지막이 쓰여 진 글. ‘새도 무게가 있습니다.’

그때까지 인간에게 한정된 시각을 가지고 있었던 제게 이 판화는 적잖은 깊이를 전해 주었습니다. 존재의 무게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기회였습니다.

옷이 많지 않다보니 세탁도 자주하게 되는데 특히 겨울 수도복은 며칠 입다보면 옷의 무게감 때문에 어깨가 무겁고 저리기까지 합니다. 옷이 먼지를 머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새 옷으로 갈아입으면 새털처럼 가볍게 여겨지고, 여름 수도복으로 갈아입으면 날아갈 것 같습니다. 아주 미세한 먼지를 옷이 머금고 있기에 그리 무게가 나가지 않을 것 같았는데도 신기합니다. 먼지가 그냥 먼지가 아니구나...!

언젠가 피정 미사 때 강론을 하시던 신부님은 자신이 한 말을 자신이 실천하기 위해서 매일 강론을 책상 앞에 붙여 두고 생활하신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그분은 어느 교구의 보좌 주교님이 되셨는데, 자신의 말의 무게를 그대로 지는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존재의 무게감’을 다시금 생각한다면 어느 하나 허투루 여기거나 소홀히 대하는 일은 없겠다 생각하면서도 나 자신의 존재감에만 집중하다보니 가벼운 생각과 판단으로 균형을 잃게 되는 일이 더 많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게 ‘눈꺼풀’이라고 하는데 그 여파를 생각하면 그보다 더 한 게 말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하는 말도 무게가 있고, 미소도, 눈빛도 무게가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에 중심을 두고 표현해야 할까? 나에게서 나가는 ‘모든 것’이 사람과 세상에 ‘무게’를 더 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균형’을 이루게 하는 것이라면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기형의 날개가 아닌 온전한 양 날개로 날아오르는 새처럼 하늘을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눈의 무게에 못 이겨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옷이 머금은 먼지의 무게에 어깨가 무너지고, 자신의 말의 무게를 실감하여 온 삶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며 존재의 무게감을 인식하며 살아가는 것은 자신을 크게 여기는 삶이 아니라 세상에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삶이 아닐까 합니다. 나의 뜻과 생각과 의견 역시 균형과 조화를 통해 이루어질 때 가장 아름답고 온전해 질 것입니다.

어깨가 무겁고 아픈 것을 보니 옷을 세탁할 때가 되었나봅니다. 이제 세상과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빨래를 하러 가아겠습니다.

 

떠 있는 배위에 탑이 실려 있습니다.
작은 새 한 마리가 날아와 맞은편에
가볍게 내려앉았습니다.
배와 물이 살며시 움직였습니다.
새도 무게가 있습니다.  

-‘무게’ 이철수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 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