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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신 어머니” 18.02.10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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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신 어머니”



오늘은 사순 제 4주일입니다. 이번 사순시기에는 여러 가지 실천 가능한 계획들을 세워 기도생활과 함께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웠었는데, 처음 계획했던 다짐들은 여러가지 핑계들로 실행에 잘 옮겨지지 못하고 부활시기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부활절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계획했던 일들을 충실하게 잘 실천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얼마 전에 시골에 계신 어머니께 전화가 왔습니다. 평소에는 아들인 내가 먼저 안부를 여쭙곤 하는데 무슨 일이 생기면 손수 전화를 하십니다. 전화가 걸려온 순간 “집안에 무슨 일이 있나?”하고 걱정스런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어머니가 성당을 다녀오셨다는 것입니다. “너희 형님이 나를 성당에 데려갔다.” 어머니의 목소리는 참으로 들떠있었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성당에 다니는 큰형님이 어머니와 함께 주일 미사에 참석했던 모양입니다. 시골이라 성당에 가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 줄 몰랐던 어머니는 성당이란 곳에 다녀오신 것을 자랑을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어머니는 유교사상을 숭배하는 집안으로 시집을 오셨는데 아버지가 자식이 없는 큰 할아버지 댁으로 양자를 가셨기 때문에 장손의 큰며느리로 조부모님 네 분을 모셔야 하는 희생의 세월을 살았습니다. 옛날에는 다 그랬듯이 글도 배우지 못하고 시집 와서 농사일을 하며 웃어른들과 많은 자식들 키우며 한평생을 힘들게 사셨습니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 팔순을 넘긴 나이에 복지관으로 놀러 다니시면서 한글을 배우는 계 기가 되신 것입니다. 하루하루 배운 것을 노트에 ㄱ, ㄴ 부터 반듯반듯하게 써 놓으신 글들을 자식들이 시골집에 가면 자랑하곤 하셨습니다. 써 놓은 글씨 하나하나에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 참 보기가 좋았습니다. 젊은 시절에 글이 배우고 싶어도 부모님이나 자식들에게 표현하지 못했을 어머니가 답답한 마음을 가슴에 묻어 두고 이제껏 살아오셨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글씨를 조합해서 읽으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가 좋았습니다.
눈은 있으나 보지를 못하고 평생 장님처럼 사셨을 어머니가 이제는 글을 조금 배우고 나서 세상이 달리 보이셨는지 요즘엔 멀리 사는 자식들에게 택배 보낼 때에도 직접 주소를 적으시고 묻지 않고 버스를 타고 시장도 다니시며 당당하게 사시는 모습이 대견해 보이십니다. 그렇게 자신이 생기다보니 성당이라는 낯선 곳도 큰 아들이 함께 가자고 권유하니 용기를 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귀도 어두우시고 눈도 잘 보이지 않아서 따라 하기가 어려우시겠다며 걱정을 하셨지만 성당에 다니는 자식들과 주위의 도움으로 세례 잘 받으실 수 있도록 저희들도 조금 더 어머니를 자주 찾아뵈어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말씀처럼 세상의 빛, 눈먼 자 이 말씀은 마음을 닫으면 우리 마음에 빛이 들어가지 못하고 빛이 들어가지 못하면 이웃과 단절되고, 단절되면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장님이 되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들려주신 말씀처럼 어머니가 눈멀지 않고 세상의 빛을 뒤늦게나마 보실 수 있도록 자주 찾아뵙고 자식들이 지팡이 같은 역할로 함께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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